반응형
한 시대의 지식을 집대성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도전이다. 수세기에 걸쳐 많은 학자들이 그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최초의 대규모적인 백과사전 편찬 작업은 기원전 3세기에 중국에서 이루어졌다.
- 이재에 아주 밝은 상인이었던 여불위는 막대한 재산을 모은 뒤에 진나라의 승상이 되자 3천 명의 학자들을 식객으로 거느리고 그들에게 각자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기록하게 했다.
- 그런 다음 여불위는 그들이 적은 것을 성문 앞에 내걸고 누구든 한 글자라도 고치면 크게 포상한다는 내용의 방을 붙였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바로잡고 보태는 작업에 참여했다.
서양에서는 세비야의 주교 이시도루스가 621년 중세 최초의 백과사전을 편찬하기 시작했다.
- 그는 고대로부터 자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라틴어와 그리스어와 히브리어로 된 모든 지식을 20권의 저서에 집약하고 "어원지"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 10세기에 나온 작자 미상의 아랍어 백과사전을 12세기의 번역가 요하네스 히스팔렌시스가 라틴어로 번역한 "비밀 중의 비밀"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페르시아 원정길에 올라 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정치, 윤리, 위생법, 의술, 연금술, 점성술, 식물과 광물의 마법적 특성, 수의 비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까지 유럽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 13세기에 파리 대학의 교수이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이었던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는 동물학, 식물학, 철학, 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백과사전적인 저작들을 많이 출간했다.
- 르네상스 시대의 의사이자 작가였던 프랑수아 라블레 역시 당대의 지식을 한 몸에 구현한 지적인 거인에 속한다. 매우 전복적이고도 유쾌한 지식인이었던 그는 1532년에 출간된 "팡타그뤼엘"을 비롯한 여러 저작을 통해서 문학, 역사, 철학, 의학 등 많은 주제를 다뤘다. 그는 알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교육, 기쁨 속에서 배우게 하는 교육을 꿈꿨다.
이탈리아인 페트라르카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역시 개인적인 백과사전을 집필했다.
- 1747년 프랑스의 출판업자 르 브르통은 영국의 챔버스 백과사전을 번역 출간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프랑스 최초의 백과사전을 만들기로 하고 드니 디드로와 달랑베르에게 편집을 맡겼다.
- 두 사람은 볼테르, 몽테스키외, 장 자크 루소 등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 사상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20년이 넘는 작업 끝에 "과학-예술-직업 정해 사전"을 완성했다.
그보다 수십 년 앞서 중국에서는 청나라 강희제의 칙령에 따라 진몽뢰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학자들이 "흠정 고금도서집성"의 편찬에 착수했다. 고금의 문헌을 총망라하는 이 백과사전은 강희제의 뒤를 이은 옹정제의 명령을 받아 장정석 등이 개정하고 증보하여 1725년에 1만 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완성되었다.
반응형
'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파란색 (18) | 2025.01.21 |
---|---|
10. 만약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22) | 2025.01.21 |
8. 숫자의 상징체계 (10) | 2025.01.20 |
7. 마술사 (12) | 2025.01.20 |
6.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세 가지 사건 (8) | 202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