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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22. 크로노스

by 샛별73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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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라 낸 뒤에 아버지의 왕좌를 차지했다. 지구에서 멀리 쫓겨난 우라노스는 그저 이따금씩 비를 뿌리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자기가 낳은 자식들을 "불한당"이라는 뜻으로 티탄이라 부르고, 자신을 상대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고 경고했다.

 

티탄들은 자매들과 결합하여 여러 신들을 낳았다.

  • 맏이인 오케아노스(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강)는 테티스와 함께 3천 개나 되는 강을 낳았다.
  • 막내인 크로노스는 누이 가운데 하나인 레아와 결합하여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을 낳았다. 하지만 그는 자기 역시 자식에게 권력을 빼앗기리라는 아버지의 저주를 잊지 않고 있던 터라,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계속 삼켜 버렸다.

 

레아는 자식들을 잃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분노를 삼키다가, 여섯째이자 막내인 제우스를 잉태했다.

  • 레아는 아이를 낳아서 숨기기 위해 크레타 섬으로 갔다. 아이가 태어나자, 레아는 어머니 가이아가 일러 준 계책대로 커다른 돌을 강보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주었다.
  • 크로노스는 그것을 새로 태어난 아기로 여기고 즉시 삼켜 버렸다. 이 계책 덕분에 살아남은 제우스는 나무가 울창한 산기슭의 동굴에서 자랐다. 아이를 보살피는 신들과 요정들은 아이가 울거나 소리를 지르려 할 때마다, 그 소리가 크로노스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아이 주위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창으로 방패를 두드렸다.

 

그리하여 제우스는 빠르게 자라나 성년에 다다랐다.

  • 그는 감칠 맛 나는 술을 아버지에게 가져가 마시게 했다. 이 술에는 먹은 것을 토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약이 들어 있었다.
  • 아들의 꾀에 넘어간 크로노스는 자신이 삼켰던 돌과 다섯 자식을 차례차례 토해 냈다.
  • 제우스와 그의 형제자매는 아버지가 다시 덤벼들기 전에 올림포스 산꼭대기로 피신했다.

 

크로노스는 자식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자기 형제자매인 티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하여 구세대 신들과 신세대 신들 사이에 격렬한 전쟁이 벌어졌다.

  • 처음엔 노련한 티탄들이 우세를 보였다. 그런데 티탄 가운데 하나인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편을 들며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다1).
  • 그는 외눈박이 키클롭스들과 팔이 백 개 달린 헤카톤케이레스를 동맹군으로 삼으라고 일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은 아주 훌륭한 동맹군이었다.
  • 그들은 제우스에게 천둥과 번개를 주고, 포세이돈에게는 삼지창을, 하데스에게는 누구든 쓰기만 하면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투구를 주었다.

 

마치며

이 전쟁은 결국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끝났다. 패배한 티탄들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 지하의 명계보다 아래에 있는 타르타로스에 갇혔다. 한편 오르페우스 밀교2)의 전승에 따르면, 크로노스는 제우스와 화해하고, 타르타로스에서 풀려나 "지복을 누리는 자들의 섬"에서 살았다고 한다.

 


1) 프로메테우스에 대해서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이 전하는 바가 다르다. 헤시오도스는 프로메테우스가 티탄 가운데 하나인 이아페토스의 아들이라 말하고 있지만, 아이스킬로스는 프로메테우스를 티탄 중의 하나, 다시 말해서 제우스의 삼촌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차이는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두 시인의 관점이다. 헤시오도스가 그린 프로메테우스는 더없이 지혜로운 제우스를 속이려 드는 사기꾼이자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가져다준 범죄자이다. 반면에 아이스킬로스의. 프로메테우스는 독재자 제우스에게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이다.
 
2) 인도에서 불교가 생겨나던 무렵 그리스에서 출현한 종교적인 운동, 인간의 영혼은 신성을 지니고 있지만 윤회전생을 통해 육체적 삶을 되풀이한다는 교의, 또 해탈을 이루고 신들과 교감하기 위한 통과 의례와 금욕적인 도덕률을 정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죽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저승에 갔다가 돌아왔다는 전설적인 음악가이자 시인 오르페우스가 저승에서 알아낸 해탈의 비결을 전수하기 위해 창시했다고 전한다. 오르페우스 밀교의 신화는 알에서 나온 파네스(또는 에로스)를 최고의 신으로 본다든가 저승과 깊은 연관이 있는 페르세포네와 디오니소스를 숭배한다는 점에서 정통적인 그리스 신화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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