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실험에서는 관찰자가 관찰 대상의 조건을 변화시켜 완전히 왜곡된 정보를 얻어 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마귀에 관한 실험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통설에 따르면 사마귀의 암컷은 교미가 끝난 뒤에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 잔인한 짝짓기는 학자들의 환상을 부채질했고, 그 결과 사마귀를 둘러싼 생물학적이고도 정신 분석하적인 신화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 속설이 배후에는 사마귀의 행동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사마귀의 암컷이 잡아먹는 것은 자연 상태에 놓여 있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암컷은 교미가 끝나면 원기를 회복하고 알을 낳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주위에 있는 먹이를 닥치는 대로 삼킨다. 그런데 이 사마기들이 관찰용 유리 상장에 갇혀서 교미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교미가 끝나자마자 암컷은 먹이를 찾는다. 수컷은 암컷보다 작고 유리 상자 밖으로 달아날 수 없다. 결국 암컷은 자기 행동을 의식하지도 못하는 채 유일한 사냥감인 수컷을 잡아먹는다. 자연 속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수컷은 달아나고 암컷은 아무 곤충이든 낫처럼 생긴 앞다리에 잡히는 것들을 잡아먹고 기력을 회복한다.
줄행랑으로 목숨을 보전한 수컷은 제 정자를 받아들인 암컷으로부터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 교미가 끝난 뒤에 암컷은 허기를 느끼고 수컷은 자고 싶어 한다는 것, 이는 동물의 많은 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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