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력, 이집트력, 유대력, 그리스력 등 최초의 역법은 태음력이었다. 그저 달의 순환을 관찰하는 것이 태양의 운행을 관찰하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삭망월은 29.530589일이고 태음력의 한 달은 보통 29일이나 30일로 되어 있어서, 달력이 달의 운행과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복잡한 치윤법이 필요했다.
이집트인들은 달의 순환과 계절의 순환을 동시에 고려하는 태음 태양력을 가장 먼저 생각해 냈다. 그들은 한 달을 30일로, 한 해를 열두 달로 정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한 해가 360일밖에 되지 않으므로, 매년 열두 번째 달에 5일을 더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유대력 역시 원래는 태음력이었지만, 나중에는 태양의 운행과 조화를 이루는 태음 태양력으로 바뀌었다. 유대인들의 전설에 따르면, 솔로몬 왕은 열두 명의 장군을 지명하여 저마다 한 달을 관리하게 했다. 한 해는 보리가 익는 달로 시작되었다. 한 달은 29일이나 30일이고 한 해는 열두 달이었으므로, 3년이 지나면 사계절을 한 해로 삼는 주기에 비해 한 달이 모자랐다. 그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한 달을 겹침으로써 그것을 보충했다.
이슬람력은 윤달의 첨가를 금지한 코란의 규정에 따라 현대의 달력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순수한 태음력을 고수하고 있다. 30일로된 큰 달과 29일로 된 작은달이 교대로 되풀이되므로, 태양력에 비해 해마다 11일 정도가 빨라진다.
마야력에서는 20일씩 18개월에다 5일을 더해서 한 해를 삼았다. 이 5일은 액운이 드는 날로 여겨졌다. 마야인들은 어마어마한 지진으로 세계가 파괴되는 날짜를 달력에 표시했다. 예전에 지진이 일어났던 날들을 기준으로 해서 그 날짜를 산정한 것이었다.
중국의 전통적인 역법에서는 29일이나 30일을 한 달로 해서 12개월을 한 해로 삼되, 19년에 7회씩 30일로 된 윤달을 둔다. 중국인들이 장법이라고 부르는 이 치윤법은 수천 년 전부터 태양의 공전 주기에 맞춰 날짜를 헤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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