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과 페니키아의 전설에서 레비아단1)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묘사된다. 거대한 고래와 비슷한데 번쩍거리는 비늘로 덮여 있다는 설도 있고, 길이가 30미터가 넘는 악어처럼 생겼다는 얘기도 있다. 살가죽은 너무 두꺼워서 어떤 작살로도 뚫을 수 없다. 아가리로는 불을 토하고 콧구멍으로는 연기를 내뿜으며, 눈은 스스로 빛을 내어 번쩍거린다. 이 괴물이 수면으로 올라오면 주위의 바닷물이 요동친다. 레비아단은 가나안족의 신 "엘"의 적이었던 "로탄"이라는 뱀에서 나왔다. 가나안의 전설에 따르면 그에게는 태양을 잠깐 삼켜 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일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레비아단의 전설은 구약 성경의 시편, 욥기, 이사야서 등에 다시 나타난다.
너는 낚시로 레비아단을 낚을 수 있느냐?
그것이 일어서면 영웅들도 무서워하고 경악하여 넋을 잃는다.....그것은 쇠를 지푸라기로, 구리를 썩은 나무로 여기며..... 해심을 가마솥처럼 끊게 하고 바다를 고약 끊이는 냄비같이 만들며..... 땅 위에 그와 같은 것이 없으니 그것은 무서움을 모르는 존재로 만들어졌다. (욥기 41장)
레비아단은 대양의 원초적인 파괴력을 상징한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와 인도의 전설에서도 비슷한 괴물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어쩌면 레비아단은 페니키아 사람들이 바다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어낸 개념일지도 모른다. 이 괴물에 대한 공포심을 널리 퍼뜨려서 뱃길에서 거치저거리는 경쟁자들의 수를 줄이려고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 공동 번역 성서와 카톨릭 새 성경의 표기를 따른 것이다. 개신교의 개역 한글판에서는 보통 "악어"로 옮기고 있으며, 이사야 27장 1절에서만 히브리어 발음을 살려 "리워야단"이라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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