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강 서안의 예리코와 키프로스 섬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인간의 유골과 함께 고양이 뼈가 발굴되었다. 인간의 주거지에서 나온 고양이 뼈로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들이다. 이것은 신석기시대에 농경이 널리 행해지면서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곡물을 보관하면서 쥐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고양이들이 차츰차츰 인간의 주거지로 들어왔으리라는 것이다.
그 뒤에 인간은 본격적으로 고양이를 길들여 사육하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적어도 기원전 2000년경부터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일명 리비아 고양이 또는 사막 고양이)를 길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다산과 치유와 삶의 쾌락을 관장하는 바스테트 여신의 화신으로 여기며 숭배했다. 고양이가 죽으면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고양이 묘지에 묻었고, 고양이를 죽이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이 고양이들을 세계 곳곳으로 퍼뜨린 것은 이집트와 페니키아와 히브리의 뱃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쥐가 식량과 화물을 갉아 먹지 못하도록 배에 고양이들을 싣고 다니다가 이 항구 저 항구의 교역 상대자들에게 주었다. 유럽에 고양이가 들어온 것은 기원전 900년 무렵이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최고의 시집 "시경"에 고양이를 나타내는 글자가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이미 주나라 때부터 고양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고양이가 들어온 것은 중국에서 불교가 전래될 때의 일이다. 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다고 한다. 일본에는 헤이안 시대에 고려인들을 통해서 고양이가 전해졌다.
그런데 같은 조상에게서 나온 고양이들이 세계 도처로 퍼전 나간 뒤에 새로운 품종들이 생겨났다. 어느 지역에서나 고양이의 수가 적다 보니 근친교배가 불가피했고, 그에 따라 털의 색깔이나 길이, 눈빛, 꼬리나 귀나 코의 생김새 등이 서로 달라지는 유전적인 변이가 일어났다. 샴고양이 같은 지역 품종이 만들어진 것이다.
중세 유럽인들은 고양이를 마법이나 주술과 관련된 동물로 여기면서 학살을 일삼았다. 그들이 보기에 개는 인간에게 순종하는 충직한 동물이었지만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사악한 동물이었다.
14세기 중엽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을 때 유대인 공동체는 주위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피해를 훨씬 적게 입었다. 유대인들은 그 때문에 미움을 사서 페스트가 사라지고 난 뒤에 온갖 박해와 대학살을 당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유대인 구역이 페스트의 피해를 덜 입었던 것은 쥐들을 몰아내는 고양이를 키웠기 때문이라는 것을.
1665년 런던에 또다시 페스트가 돌았다. 시내에서 돌아다니던 고양이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1790년대 무렵에는 고양이를 악마와 연결 짓는 미신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 뒤로 유럽에서는 페스트가 창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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