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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33. 신비 의식

by 샛별73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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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많은 종교에는 입문자들에게 심오한 교의를 전수하기 위한 비밀 의식이 있었다. 그리스어로는 그것을 <뮈스테리아(신비 의식)>라고 부른다.

 

일찍이 기원전 18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엘레우시스의 뮈스테리아는 서양의 신비 의식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잘 알려진 것이다. 이 의식은 여러 과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바닷물에 들어가 몸을 씻는 목욕재계, 3일 동안 금식, 기도, 성스러운 잔으로 보리차를 마시는 의식, 죽은 사람들이 지옥으로 내려가는 상황의 재연, 구원과 부활에 관한 깨달음의 전수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1).

 

디오니소스 신을 숭배하는 오르페우스 밀교의 신비 의식은 다음과 같은 7단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첫째, 자각, 둘째, 결단, 셋째, 음복, 넷째, 성적으로 하나 되기, 다섯째, 시련, 여섯째, 디오니소스와 하나 되기, 마지막으로 춤을 통한 해방.

 

그런가 하면, 이집트에서 거행되던 이시스2) 신비 의식을 4 원소와 연관된 네 가지 시련을 포함하고 있었다. 먼저 흙의 시련이라는 단계에서, 교의를 전수받으려는 입문자는 기름 램프에 의지해서 혼자 깜깜한 미로 속을 나아가야 했다. 이 미로는 깊은 구렁으로 이어져 있었고, 입문자는 사다리를 타고 거기로 내려가야 했다. 불의 시련이란 빨갛게 달군 쇳덩이들을 넘어가는 의식이었다. 쇳덩어리들은 한 발로 경우 디딜 수 있는 자리만 남겨 놓고 마름모꼴로 배치되어 있었다. 물의 시련은 램프를 든 채로 나일 강을 건너는 것이었다. 공기의 시련은 도개교 위에서 거행되는 의식이었다. 입문자는 다리가 열리는 순간 허공으로 몸을 날려 심연으로 추락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러고 나면 교의 전수자는 입문자의 눈을 가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 다음 눈가리개를 풀어 주고 입문자를 두 개의 각 기둥 사이에 세워 두었다. 입문자는 거기에서 자연학과 의술과 해부학과 상징체계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1)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헌은 기원전 7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호메로스의 "데메테르 찬가"이다. 이 짤막한 서사시에 따르면,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은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가 저승의 신 하데스에 끌려간 딸 코레(페르세포네)를 되찾은 뒤에 곡물이 다시 자라기 시작한 대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엘레우시스의 왕과 제후들에게 보여 주면서 죽음과 부활에 관한 가르침의 일환으로 계시한 것이라고 한다.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다시 싹을 틔우는 식물을 보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부활에 관한 믿음으로 이겨 내려고 했던 고대인들의 원초적인 종교심이 담긴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신비 의식을 자세하게 다룬 현대의 문헌으로는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 가지"와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세계" 등이 있다.

2) 프레이저의 주장에 따르면, 이집트 신화의 여신 이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 로마 신화의 케레스와 동일시되는 곡물의 여신이다. 이 여신은 이집트뿐만 아니라 고대 로마에서도 널리 숭배되었고, 이시스 신비 의식은 한때 로마 제국 전역에 걸쳐서 가장 인기 있는 축제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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