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을 철학으로 실천한 현자
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많은 지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스 7현(Sophoi)이라 불리는 일곱 명의 현자들은 정치, 윤리, 실천 철학의 기반을 닦은 인물들입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바로 클레오불로스(Cleobulus of Lindos)입니다. 그는 중용(中庸)과 절제, 교육, 지혜의 말(gnomes)로 유명한 인물로, 그리스 철학이 단순한 사변이 아닌 삶의 태도임을 보여주었습니다.
1. 클레오불로스는 누구인가?
클레오불로스는 기원전 6세기경 로드스섬의 린도스(Lindos)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정치가이자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린도스의 통치자(tyrant)이기도 했으며, 도시를 안정적으로 이끈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그를 단지 통치자로만 보는 것은 그의 철학적 깊이를 놓치는 일입니다. 그는 시와 격언, 그리고 실천적 지혜를 통해 도덕성과 자제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물로, 고대 그리스 철학의 윤리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2. “중용의 철학자”로 불린 이유
클레오불로스의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용입니다.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것에는 중간이 가장 좋다(Mēden agan - Nothing in excess)"
이는 과도한 욕망, 분노, 지식의 오만 등 모든 극단을 경계하는 말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의 미덕’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클레오불로스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균형과 조화를 강조했고, 지나친 것을 경계하는 태도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3. 클레오불로스의 주요 사상
① 절제된 언어와 행동
그는 말의 절제, 지혜로운 침묵, 필요한 때에만 말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말은 짧게, 의미는 깊게 하라.”
이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특히 유효한 말입니다. SNS와 소셜미디어에서 과도한 표현과 빠른 반응이 지배적인 사회 속에서, 그의 철학은 내면의 성찰과 신중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② 자녀 교육의 중요성
클레오불로스는 자녀를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보았습니다.
“자녀를 잘 교육하라. 그것은 너의 가장 큰 유산이 될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가정 교육, 인성 교육, 리더십 교육 등과도 연결됩니다. 그는 자녀에게 지혜와 인내, 절제를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부(富)라고 여겼습니다.
③ 외면보다 내면의 가치
클레오불로스는 외모나 출신보다는 인격과 내면의 미덕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아름다움은 정신의 빛이다.”
이는 오늘날 외모 지상주의, 성공만을 좇는 사회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는 인간의 본질은 내면에서 비롯되며, 아름다움은 결국 도덕적 삶과 인격의 고귀함으로 드러난다고 보았습니다.
4. 클레오불로스의 딸, 클레오불리네
클레오불로스는 단지 개인적인 철학자였을 뿐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그의 딸 클레오불리네(Cleobuline) 역시 유명한 여성 철학자이자 시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수수께끼 형식의 시(에니그마)를 지었고, 당시로서는 드문 여성 지성인이었습니다.
이는 클레오불로스가 성별을 초월한 교육의 평등을 실천한 철학자였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의 가정은 단지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철학과 지혜가 자라나는 지적 공동체였습니다.
5. 현대 사회에 주는 철학적 통찰
▪ 과잉 사회에 중용의 메시지
현대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강하게’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잉은 번아웃, 스트레스, 인간관계의 파열을 낳습니다. 클레오불로스의 중용 철학은 우리에게 적절함의 미덕, 절제의 가치, 조화로운 삶의 필요성을 환기시켜 줍니다.
▪ 교육의 본질에 대한 재조명
그는 자녀 교육의 핵심은 지혜와 인격의 함양이라고 보았습니다. 오늘날 점수 중심,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인성, 도덕, 공감 능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 SNS 시대의 침묵의 미덕
클레오불로스의 침묵 철학은 ‘침묵은 금’이라는 말로 압축됩니다. 감정적인 댓글, 무분별한 말다툼, 정보의 과잉이 넘치는 시대에서, 의미 있는 침묵은 오히려 깊은 신뢰와 인간 관계를 회복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6. 결론: 클레오불로스, 오늘날 가장 필요한 철학자
클레오불로스는 이론적 철학자라기보다는, 삶의 균형을 찾은 실천 철학자였습니다. 그의 철학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극단이 아닌 중용의 길
- 과시가 아닌 절제된 행동
- 외면보다 내면의 미덕
- 불필요한 말 대신 의미 있는 침묵
- 경쟁보다 조화로운 삶
그의 삶은 철학이 삶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하며, 오늘날의 윤리적 리더십, 공감, 교육, 인간성 회복에 깊은 영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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