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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샛별이와 함께 하는 일상
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131. 카히나 여왕

by 샛별73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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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히나 여왕은 이른바 <아마지그 부족>의 지방(현 알제리의 오레스 지방)을 지배하던 여왕이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항상 붉은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절세 미녀였다는 이 여왕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외교력 덕분으로 점차 그 위명과 영향력을 높여 갔다.

 

마침내 베르베르 부족 연합의 수장으로 선출된 그녀는 반목 관계에 있는 부족들을 화해시키는 한편, 비잔틴 문화의 카르타고인들과 동맹을 맺어, 서기 695년에서 704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슬람교를 앞세운 아랍 침략군에 맞서 싸웠다.

 

그녀의 주적은 다마스쿠스의 칼리프인 말리크가 파견한 아프리카 총독 하산 이븐 누만이었다. 각각 애니미즘과 기독교를 신봉하는 베르베르족과 카르타고인의 연합군은 카르타고를 점령하려 드는 이슬람교도들을 무찔렀다.

 

능란한 전략가였던 카히나 여왕은 미스키아나에서 적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하산 이븐 누만의 군대를 격파하여, 트리폴리타니아 지역으로까지 몰아냈다.

 

굴욕을 당한 이븐 누만은 칼리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칼리프는 4만 명의 정예군을 보내 주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카히나의 목을 가져와라. 그러지 못할 경우 네 목을 내놓아야 한다.> 이 증원군을 이끌고 다시 공세에 나선 이븐 누만은 이번에는 카르타고를 쉽게 함락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카히나 여왕은 베르베르족 전사들을 이끌고 홀로 이븐 누만에게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침략군의 공격 의지를 꺾기 위해 초토화 작전을 펼쳤다. 702년에는 적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병력을 이끌고 타바르카에서 결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칼리드라는 청년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다. 칼리드는 원래 적의 전사였는데, 약자를 보호하는 <아나이아>라는 베르베르족 관습에 따라 용서해 주고 양자로까지 삼아 준 자였다. 결국 여왕은 적에게 사로잡혀 참수되었고, 그 머리는 칼리프 말리크에게 보내졌다.

 

칼리프는 여왕의 머리가 든 자루를 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 봤자 제까짓 게 여자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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