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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40. 야훼를 숭배한 카인족의 혁명

by 샛별73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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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 년 전, 오늘날 시나이 사막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카인족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족이 야금술을 발명했다.1) 광석에서 구리를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이것은 위대한 혁명이었다. 구리를 제련하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의 가마가 필요한데, 카인족은 풀무로 피워 낸 불잉걸을 사용해서 그런 가마를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그들은 광석을 녹이는 데 필요한 1,000 ºC의 벽을 넘기에 이르렀다. 고온을 다스리는 데 능했던 그들은 유리와 법랑을 발견하기도 했다.

카인족은 시나이 산을 숭배했고 야훼 즉 "숨"과 관련된 종교를 믿었다.2)

그들은 금속을 발견함으로써 석기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금석 병용기의 혁명을 이뤄 냈다. 광석을 녹여서 금속을 만드는 일은 인간이 물질을 완전히 변화시킨 최초의 행위였다.

카인족은 시나이에서 지중해 연안을 따라 올라가다가 티르 항을 건설했다. 키프로스(당시에는 키프리스라 불렀고, 이 이름에서 구리를 뜻하는 라틴어 쿠루룸이 나왔다)에 가서 구리 광석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오늘날의 사이다에 해당하는 시돈도 건설했다. 따라서 먼 훗날 "페니키아"라고 불리게 된 문명은 카인족에게서 비롯된 셈이다.

카인족은 구리로 무기를 제작하기보다 종교적인 용도로 쓰였음직한 신비로운 물건들을 만들었다. 그중에서 더없이 훌륭한 야금 기술을 보여 주는 죽방울 모양의 물건들도 있었다. 카인족을 오랫동안 연구한 세자르 암잘라그3)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의 신은 권능을 가지고 지배하는 신이 아니라, "촉매" 역할을 하는 신이었다. "야훼"-대장간의 풀무가 내는 소리-라는 이름의 이 신은 존재와 사물에 "숨"을 불어넣어서 그것들의 힘을 드러낼 수 있었다. 신이 숨을 불어넣어 만물을 창조한다는 이런 개념은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성서에서 다시 나타나게 된다. 구약의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이 흙(아다마)으로 사람을 빚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고 한다.

 


1) 카인족이라는 이름은 구약의 창세기, 판관기, 민수기 등에 여러 차례 나오지만, 그 기원에 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다. 다만 이 부족이 카인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창세기 4장 22절(그는 구리와 쇠로 된 온갖 도구를 만드는 이였다)을 근거로 그들이 야금술을 발명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 현대의 일부 성경학자들은 모세의 장인 이트로가 카인족이었다는 구절과 이트로가 하나님에게 제사를 드리고 백성을 재판하는 일에 관해 모세에게 충고하는 대목 등을 근거로, 야훼는 원래 카인족의 신이었고 모세를 통해 야훼 숭배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3) 베르베르는 자기 소설들의 "감사의 말"에서 매번 이 과학자의 이름을 언급한다. 암잘라그의 저서 "식물성 인간"에 실린 베르베르의 서문에 따르면, 암잘라그는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독립적인 사고를 발전시켰으며", "물이 부족한 지방에서 바닷물로도 재배할 수 있고 민물로 재배한 것보다 맛도 더 좋은 토마토와 사탕수수를 개발한" 식물학자일 뿐만 아니라, "식물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진화에 관한 철학을 이끌어낸 백과사전적인 정신을 지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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