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이라는 이름은 "밧줄로 묶는 여자들"을 뜻한다. 그녀들의 노래가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묶어 버릴 만큼 완벽하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그녀들은 하신 아켈로오스가 뮤즈 가운데 하나인 칼리오페에게서 낳은 딸들이라고 한다1). 그녀들은 여자의 머리와 팔과 가슴에 새의 날개와 다리가 달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렇게 반인 반조의 형상으로 변하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한 전설에 따르면 그녀들이 사랑의 기쁨을 얕보고 순결 서약을 깨뜨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로디테가 벌을 내린 것이라고 한다.
세이렌들은 마법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뱃사람들을 홀렸다. 방향 감각을 잃은 뱃사람들이 암초로 둘러싸인 그녀들의 섬으로 다가가다가 난파을 당하면, 그녀들이 와서 그들을 잡아먹었다. 세이렌들의 수와 각각의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한 전설에 따르면, 그녀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파르테노페는 자매들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이탈리아 티레니아 해의 카프리 섬 맞은편 해안에 표착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생겨난 도시가 파르테노페, 곧 오늘날의 나폴리이다.
그리스어 사이렌에서 나온 라틴어 "시렌"은 중세에 들어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다. 게르만 신화의 영향을 받아, 반은 여자이고 반은 물고기인 인어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게 된 것이다. 프랑스어의 "시렌"과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의 "시레나"는 이런 이중의 의미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 단어에 두 가지 신화가 융합되어 있는 것이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세이렌의 유황과 수은의 결합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유황과 수은은 보통의 금속을 금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들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에 나오는 인어는 한 왕자를 열렬히 사모한 나머지 온전한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바다의 마법사가 준 묘약의 힘으로 물고기의 하반신을 잃는 대신 여자의 다리를 얻고, 왕장 앞에서 매혹적인 춤을 춘다. 비록 왕자와 결혼하는데는 실패했지만, 그녀는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 덕에 불사의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된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우화이다. 인간은 무수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동물적인 조건을 넘어서서 더 높이 올라가려고 노력한다. 그럼으로써 결국에는 인간의 삶에 수직의 차원이 열린다.
1) 이것은 세이렌들의 출생에 관한 여러 이설 가운데 하나이다. 세이렌이 최초로 등장하는 문헌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그녀들의 출생이나 용모에 관한 언급이 없고,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호 이야기에는 아켈로오스와 뮤즈 테르프시코라의 딸들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아폴로도로스의 신화집에서는 아켈로오스와 뮤즈 멜포메네의 딸들이라 하기도 하고, 아켈로오스와 스테로페의 딸들이라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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