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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샛별이와 함께 하는 일상
8. 철학의 역사/8-1. 그리스철학자

권력의 달콤함과 고독함 – 히에론(Hieron), 철학자가 바라본 왕의 이야기

by 샛별73 2025.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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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다는 것은 행복일까, 혹은 끝없는 외로움일까?”

이 질문은 고대 철학자 크세노폰(Xenophon)의 저서 《히에론(Hieron)》 속에서 던져진, 시대를 초월한 인간적 물음이다.
이야기는 고대 시라쿠사의 폭군으로 알려진 히에론 1세(Hieron I)와 시인 시모니데스(Simonides)의 대화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히 고대의 정치 대화로만 남지 않은 이유는,
그 속에 ‘권력과 인간의 행복’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작가의 시선으로 이 흥미로운 철학적 대화를 따라가 보고자 한다.
왕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과연 행복이란 어떤 모습일까?


히에론, 권력자의 고백

히에론(Hieron)은 시라쿠사의 지배자이자 ‘폭군’이라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부와 권력을 모두 가졌지만, 누구보다 깊은 불행을 느끼고 있었다.
《히에론》의 첫 장면에서 그는 시인 시모니데스에게 이렇게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왕이 되면 행복할 거라 말하지만, 나는 그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소.”

 

히에론은 왕이 된 후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웃음 뒤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고, 칭찬 속에는 아첨이 깃들어 있다.
진정한 친구는 사라지고, 모든 관계가 계산으로 변해버린다.
그는 풍요로운 왕좌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점점 더 메말라간다.

나는 이 장면에서 이상하게 현대의 CEO, 정치인, 그리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을 떠올렸다.
화려한 자리 위에 선 그들은 박수를 받지만,
그 박수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히에론의 말은 2,4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은 인간을 지배하기보다, 고립시킨다.


시모니데스, 현자의 대답

시모니데스는 단순한 문인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꿰뚫어보는 현자다.
그는 히에론의 하소연을 듣고 이렇게 반문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 자리를 버리지 않는가?”

 

이 질문은 간단하지만, 왕에게는 치명적이다.
히에론은 답한다.
“버릴 수 없소. 왜냐하면, 이미 나는 자유인이 아니기 때문이오.”

이 대답은 마치 현대 사회의 리더들에게도 던지는 경고처럼 들린다.
우리는 모두 ‘자유’를 원하지만,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많은 구속을 받는다.
돈, 명예, 책임, 시선, 기대 — 그 어떤 것도 쉽게 놓을 수 없다.

히에론의 고백 속에는 한 인간의 진짜 두려움이 담겨 있다.
그는 권력을 쥐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인간이었다.


권력과 행복의 아이러니

《히에론》의 주제는 단순히 ‘왕의 고통’이 아니다.
크세노폰은 히에론과 시모니데스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시모니데스는 히에론에게 말한다.
“진정한 행복은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질 수 없다.”

왕이란 존재는 모두의 시선을 받지만,
그 시선은 동시에 감옥의 벽이 된다.
히에론은 자유를 잃었고, 그 결과 행복도 잃었다.

하지만 시모니데스는 그에게 한 줄기 희망을 건넨다.
“당신이 백성을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다스린다면,
그때야말로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을 것이오.”

이 말은 권력의 본질을 통찰한 철학적 선언이다.
권력은 억압이 아니라 책임과 신뢰의 표현일 때만 의미가 있다.
그것이 히에론이 깨달은, 늦은 진실이었다.


작가의 시선으로 본 히에론의 메시지

나는 《히에론(Hieron)》을 읽으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히에론은 폭군이지만, 그의 고백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그는 두려워했고, 외로웠으며, 이해받고 싶어 했다.
왕이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결국 평범한 인간의 외로움 속에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SNS의 ‘왕국’을 가지고 있다.
수백 명의 팔로워, 수천 개의 좋아요, 그러나 진짜 대화는 없다.
우리도 어쩌면, 작은 왕국의 히에론이 되어
가짜 관계 속에서 진짜 행복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히에론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가진 것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자유롭고 진실한 관계 속에서만 피어난다.


히에론의 교훈 – 행복은 권력 밖에 있다

크세노폰의 《히에론》은 단지 고대의 정치 철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권력을 가질 때 반드시 마주하는 윤리적 질문이다.

히에론은 말한다.
“나는 모두에게 존경받지만, 단 한 사람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

그의 고백은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드러낸다.
사람은 존경으로 살 수 없다.
사랑과 신뢰가 있을 때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해진다.

히에론의 비극은 왕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잃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마무리 – 오늘날의 히에론에게

히에론(Hieron)의 이야기는 고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우리,
회사에서, 사회에서, 혹은 가정에서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기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 기대에 갇혀 자신을 잃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현대의 비극이다.

히에론은 결국 깨닫는다.
“왕의 행복은 백성의 행복에서 온다.”
그 말은 지금의 우리에게 이렇게 바뀌어 들린다.
“나의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 위에 있다.”

그가 왕좌 위에서 배운 교훈은,
오늘날의 인간관계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진실이다.


작가의 한마디

히에론의 이야기는 권력의 어두움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다 — 진심을 나눌 사람.

나는 이 글을 마치며 다시 묻는다.
“당신이 가진 것 중, 진짜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우리는 히에론이 그토록 갈망하던 평화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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